요즈음 거리에서 만나는 노인들을 보면 나이를 짐작하기가 참 어려운 분들이 많다. 정년퇴직했다는 분치고는 아직 그의 음성이나 하는 태도가 현역에 일하는 느낌을 갖는 착각을 하여 ‘실례지만 나이는’ 하고 여쭈어보면 10세 정도는 차이가 난다. 노인복지관에서 자주 부르는 노래가 ‘내 나이가 어때서’ 맞아요, 나이가 무슨 상관입니까? 인생 나이가 있더라도 상관없이 열심히 노후 인생을 사는 분들을 보면 활기가 넘치고 조금도 나이 의식을 하지 않는다. 누군가 말했듯이 자기 나이에서 20을 빼고 살면 더욱 행복해진다는 말이 있지만 나이는 아직 60대 초반인데 마치 70대 어른같이 행동하면 참 보기가 딱한 경우도 있다.
필자는 70대 들어와서 어르신 하는 음성이 들리면 마치 “여기가 아니에요, 이곳은 노인이 끼일 장소가 아니니 비켜 달라”는 협박(?) 같은 소리로 들린다. 10년 전 어느 백화점에 아내와 같이 갔다가 점원 아가씨가 ‘어르신’ 하는 소리에 당장 나오고 말았다. 그 좋은 말, 선생님, 아니면 사장님 하고 호칭을 불렸으면 좋으련만 물론 점원은 물건 하나 더 팔겠다고 최대한 경어를 사용한 이유는 알지만 부담되는 순간이었다.
이제 100세 시대 산다는 것이 농담이 아니고 우리 주위에 많은 분들이 100세 시대를 열심히 살고 계시며, 대한민국 내 100세 이상으로 살고 계시는 어르신이 4천 명 이상이다. 과학이 발달하고 의료기술이 발전하여 건강에 대한 사전 예방과 필요한 영양을 섭취하여 공기 좋은 곳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즐기시는 행복한 노년은 정말 손뼉 치고 축복할 것이지만 과연 몇 사람이 그렇게 행복한 노년을 힐링하며 사는지 의문이다. 아마 대다수가 질병으로 마지못해 수명만 연장한다면 과연 오래 사는 삶이 행복한 삶이 아닐 것이다. 노인 학교에서 흔히들 하는 9988234로 인생을 마치면 더 이상 바랄 것 없겠지만 치매로 온 가족의 걱정 속에 오래 산 들 다 무의미한 삶이 될 것이다.
일전 아내의 친구 남편이 밤중에 돌아가셨다. 아침 식사를 하시라고 방문을 여니 운명 했다는 것이다. 각방을 사용하다 보니 어느 시간에 어떻게 되었는지 나중 의사의 얘기로 심장마비로 가셨다는 진단이다. 그 사유를 안 아내는 ‘나도 밤중에 자다가 갔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이다. 오래 살면서 치매로 아니면 또 다른 질병으로 사는 것보다 마지막 죽음은 깔끔하게 본인의 성격대로 가기를 원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갈지를 모르는 고로 오직 하나님만 아시는 섭리에 우리 인간은 그저 따라야 할 것이다.
최근에 읽은 신문의 내용에서 중·고 시절부터 늘 존경하고 그분의 철학적 행복론과 수필을 지금도 애독하는 김형석 교수님의 대담기사를 읽었다. 지금 나이가 98세이지만 전국적으로 강연을 다니시고 ‘예수 어떻게 믿을 것인가’라는 책을 쓰고 계시는 대단한 어른이시다. 김 교수님은 ‘인생의 황금기를 60세부터 75세까지’라고 하시고 “우리 사회는 너무 일찍 성장을 포기하는 늙은 젊은이들이 너무 많아요”라고 하신다. 그리고 “인생은 60세부터 제2의 마라톤을 시작하세요! 공부도 좋고 취미도 좋아요! 90까지는 자신을 가지고 뛰십시오.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산다면 행복해집니다”라고 하신다.
참으로 듣고 들어도 귀한 말씀이다. 우리는 나이가 들었다고 너무 일찍 뒷자리로 들어가 자신의 능력을 잃고 포기한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뛰어야 한다. 젊은이는 그들에게 맞는 일이 있고 나이가 든 사람은 경륜에 맞는 일이 있다. 포기하지 말고 공부하면 더 한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 내 주위에 가끔 ‘김 교수, 70이 되었으니 학교 강의는 그만하시지’ 하는 분이 있지만 대학에서 학생들 가르치는 일이 즐겁고 6시간 강의에 피곤치 않으니 앞으로 남이 행복한 일이라면 쉼 없이 100세 시대로 달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