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부평구지회 제17대 지회장으로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윤성순 회장의 철학은 간결하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그는 올해 85세, 하지만 그의 발걸음과 목소리는 여전히 또렷하고 힘차다. 취임 이후에도 하루 4∼5곳의 경로당을 직접 돌며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현장에서 답을 찾는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말이 진부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의 경우엔 현실이다.
윤 회장은 지난 5월 치러진 선거에서 `실행력 있는 사업 전개', `복지 사각지대 해소', `경로당 활성화', `지속 가능한 노인 일자리 발굴' 등 6가지 공약을 내세워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는 “말로만 그럴듯한 계획보다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신념을 강조하며, 실천 가능한 과제를 중심으로 어르신 복지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그의 경력 또한 눈에 띈다. 한전에서 33년간 근무한 그는, 퇴직 후에도 부평신용협동조합 이사장, 동아아파트 경로당 회장을 역임했다. 제15대, 16대 대한노인회 부평구지회장을 맡아 지회 발전에 힘썼다. 인천연합회 선거관리위원, 대한노인회 중앙회 법제심의위원 및 개혁위원으로 활동하며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에도 앞장섰다. 그의 이력은 단순한 직책이 아니라 '실천하는 리더십'을 몸소 증명해온 이력이었다.
이처럼 다양한 현장 경험과 봉사 정신은 그의 세 번째 임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윤 회장은 “책임이 더 무겁다”며 겸손한 소감을 밝히면서도, “부평 어르신들의 복지와 권익을 위해 더 부지런히 움직이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이제 막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그는 어떤 구체적 비전과 계획을 품고 있을까. 본지는 윤성순 회장을 만나 3선 연임의 의미와 향후 과제, 그리고 그만의 리더십 철학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3선 연임 소감과 취임 포부는 무엇인가요?
책임이 더 무겁습니다. 이번 연임은 저의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부평구 노인회가 더욱 힘차게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의 표시라 생각합니다. 어르신들의 복지와 권익을 높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소통과 협력의 리더십으로 부평구지회를 발전시키겠습니다. 더 많은 현장을 찾아다니며 회원들과 호흡하겠습니다.
주요 공약과 실천 계획을 소개해 주세요.
첫째, 실행력 있는 사업 전개입니다. 계획만 세우고 흐지부지되는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둘째, 지역사회 연계를 통한 복지 확대입니다. 지자체, 민간단체와 손잡고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겠습니다.
셋째, 경로당 활성화입니다.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라 문화·건강·여가가 있는 복합 쉼터로 만들겠습니다.
넷째, 지역봉사지도원 제도 현실화입니다. 봉사 인력의 처우와 역할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합니다.
다섯째, 지속 가능한 노인 일자리 확대입니다. 단순 반복 노동이 아니라 보람과 수입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일자리를 발굴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소통과 신뢰의 리더십 실천입니다. 열린 마음, 열린 문으로 모든 회원을 맞이하겠습니다.
‘열린 문’ 원칙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첫 임기 때부터 문을 닫아본 적이 없습니다. 닫힌 문은 벽과 다를 게 없습니다. 오려던 사람도 돌아가고, 하고 싶은 말도 삼키게 됩니다. 그래서 사무실 문을 항상 열어둡니다. 그렇게 하니 회원들이 편하게 찾아오고, 작은 불만도 일찍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열린 문이 열린 대화를 부르고, 열린 대화가 신뢰를 만듭니다.
경로당 순회하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부평구에는 180개의 경로당이 있습니다. 모두 주기적으로 방문합니다. 하루에 4∼5곳을 돌 때도 있습니다. 더운 여름이면 에어컨이 잘 돌아가는지, 겨울이면 난방이 제대로 되는지 살피죠. 어르신들께 ‘집에서 전기료 걱정 말고 경로당에서 시원하게 혹은 따뜻하게 지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경로당이 편안한 쉼터이자 웃음이 넘치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세대 간 소통이나 교육도 관심이 많으시죠?
우리 세대는 보리밥이라도 배불리 먹는 게 소원이던 시절을 살았습니다. 쑥을 캐다 먹고, 겨울엔 연탄불에 의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풍족한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이 부모 세대의 삶을 이해하고, 가족 간 대화를 나누는 문화가 절실합니다. 그래야 기성세대를 존중하고, 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밥상머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 식탁에서 대화하며 세대 간 간극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4년간의 중점 과제는 무엇인가요?
첫째는 경로당 운영비 현실화입니다.
둘째는 노인 일자리 확대입니다.
셋째는 지역사회 연계를 통한 복지 사업 강화입니다.
부평구는 재정 자립도가 낮아 복지 예산이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이를 다른 구와 비교해 불만을 갖기보다, ‘나’보다는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갖고 합리적으로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리한 요구보다는 필요한 일이 있다면 서로 대화와 협의로 해결해 나가는 운영 방식을 지향합니다.
기억에 남는 현장 일화는 무엇인가요?
한 여름, 냉방이 고장난 경로당이 있었습니다. 다음 날 바로 수리팀을 불러 해결했습니다.
그 후 어르신들이 ‘이제 천국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살아있는 천국’이라는 표현을 쓰게 됐습니다. 또, 경로당에 갈 때 사탕을 주머니에 넣어갑니다. 작은 것이지만 웃음을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직원들과 소통하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직원들과는 ‘가화만사성’이 원칙입니다. 가정에 일이 있으면 바로 말하라고 합니다. 힘든 일이 있으면 함께 고민합니다. 문을 여는 철학은 직원 관리에도 같습니다. 서로 믿고 존중해야 조직이 건강해집니다.
지회장님의 일상과 건강 관리 비결은?
저는 특별한 건강 비결은 없습니다. 다만 걷기를 생활화합니다. 집에서 지회까지 40분 이상을 걷고, 음식은 가리지 않으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이런 습관이 지금의 건강을 지켜주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르신들과 지역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요?
경로당은 사랑방보다 더 선진적인 공간이어야 합니다. 회원들이 억지로 오는 곳이 아니라, 진정 기쁘게 모여서 웃고 대화하고 돌아가는 그런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회 모든 조직은 투명해야 하며, 기쁨이 있어야 발전합니다. 앞으로도 부평 노인회가 화합과 소통의 중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윤성순 회장은 마지막으로 사람을 만날 때 상처 주지 말고, 언제든 웃으며 다시 만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자고 말했다. “이 사회는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라는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곳입니다. 그 사실을 잊지 않을 때 모두가 행복해집니다.”
그의 세 번째 임기는 이제 시작이다. 부평의 골목과 경로당을 누비는 그의 발걸음은 노인 복지를 넘어, 세대가 함께 웃는 공동체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 그의 3선 리더십이 부평구 어르신 복지 증진과 지역사회의 신뢰 중심 조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담 : 박희원 교수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정리 : 김미희 기자